회피형 남자친구에 대한 정리

계속 정리해 나갈 글



현재 나의 남자친구는 전형적인 회피형이다.

이십대 중후반이고 연애경험이 미진한 남자.

잘생겼고 키도 어느 정도 되고 집안 좋고 스펙 좋은 이 남자가 왜 연애경험이 미진한걸까.

첨엔 숫기가 없어서 그런가 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주변을 맴돌기만 하길래 내가 잡아당겼다.

당연히 사귀는데 성공.



근데 뭔가 이상했다.

남친은 카톡 횟수가 너무 적었고 자기가 스케쥴이 될때만 나를 만나려고 들었다.

'😳 뭐야 이거 사귀는거 맞아?'

특히나 전남친이 24시간 카톡을 붙잡는 강력한 불안형이었던 터라 더 비교가 되었다.

참다참다 못해서 카톡을 여러개 남겼다.

결론은 기상-점심-자기 전 카톡 의무화.

자긴 전화 타입이라 전화를 하는게 낫다라는 그에게 그러던가 말던가.

일단 카톡이나 좀 제대로 하렴.



이후 늘 나를 자기 스케쥴의 일부로 취급하는 남친에게 화가 나서 카톡을 여러개 남겼다.

그랬더니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단다.

(그가 나에게 한 위로성 멘트라면 자기의 인간관계에서 내가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란다...)

😭 정식으로 사귄지 한 달밖에 안된 커플 사이에서 이게 말이야 방구야...

우리가 롱디라면 모를까 버스정거장으로 2정거장 거리.

그의 핑계는 자기가 주로 학교에 있어서 우리가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란다.

근데 나는 자가용이 있어서 니가 부르기만 하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데... 그건 핑계가 안됨...



혹자는 '남자가 널 덜 사랑해서 그래'라고 하겠지만, 회피형은 성격패턴이다.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처음에 반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지는 몰라도 곧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온다.

그에게는 그것이 가장 편안한 모습이니까.



나 자신의 애착문제를 알게되면서부터 나는 무한히도 안정형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마음공부로 단단해졌던 마음이 단 한 달 만에 싸그리 와르르르 무너지는 걸 보며 마음공부 헛했구나 싶었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마음공부 안 했으면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감내조차 못했겠지.

연애는 애착유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업이기 때문에 사실 나같이 애착유형이 극렬히 불안정한 사람(공포회피유형)은 더더더 문제가 극명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듯.



일단 지금의 나로선 심리학과 마음공부의 두 가지 솔루션을 병행해야할 것 같다.

<심리학에 따른 대처방안>

1. 회피형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즉 나에게 맞추려고 들지 않는다. 분노X, 애걸복걸X

2. 회피형에게 맞춰주려고 들지 않는다. 즉 나는 나만의 길을 걷는다. 쩔쩔매기X

3. 회피형이 못된 행동을 할때는 거울상으로 보여준다.

4. 회피형이 친하게 지내려고 다가올때는 같이 신나게 논다.

5. 관계에 있어 불편한 점을 조율하고 싶을때는 '나는 너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소통을 하고자 한다'를 직접적으로 알려야 한다.

6. 최후의 목표는 그에게 내가 떠나가지 않는 안전기지임을 천천히 스미듯이 인식시키는 것.


<마음공부에 따른 대처방안>
1. 상대는 나의 거울이다. 상대의 싫은 모습은 사실 내 안에 내재된 모습이다. 나의 무의식을 알게해준 상대에게 감사하라.
☞ 내 경우 나의 회피성향에 대해 직면하게 하고 고칠 수 있게 노력하게 한다.

2. 상대가 그러한 모습을 하게 된 백그라운드를 이해하고 안타깝게 여겨라.
☞ 언뜻 엘리트집안에서 부유하게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사실은 부모에게 방치된 채, 잘하라고 억압받아온 그가 얼마나 괴롭고 외롭게 자랐을까 안쓰럽다.

3. 상대는 직접 바꿀 수는 없다. 내가 변화함으로써 상대를 바꿀 수 있다. 결국 나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 나는 나 자신의 장점에 좀더 집중하고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좀더 많이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마음공부 #애착유형 #회피형